좋은 시

밤바다에서

시인묵객 2014. 5. 29. 19:30

 

 

 

밤바다에서 / 박 제 삼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 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진정할 수 없는

괴로운 꽃 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천상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 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때 나는 섬 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