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오월의 하늘은 바람소리

시인묵객 2014. 5. 9. 19:30

 

 

 

오월의 하늘은 바람소리 / 김 윤 기

 

 

간밤에 스쳐 간 바람의 소리를 삼킨 시혼詩魂은

그리움만 무성한 적요한 하늘이 되었다

 

저기 저 말간 하늘은

산하나 품고 흐르는 강물의 노래와

들국화 여린 숨결이 꿈을 꾸던 계절 하나를

눈먼 바람 속에 담아

 

지병 같은 비련의 껍질을 깨고 태어났던

아브락사스의 붉은 나래를 타고

개망초 꽃 초연히 쓰러진 8월의 문턱을 지나

하늘 저편 높은 곳 향해

홀연히 떠났던 한 줄기 바람일 거다

 

11월 저문 하늘가에 하염없이 주저앉았던 연민도

푸른 눈을 뜬 오월의 하늘 속 맴도는 나직한 목소리도

실개천 물소리 마냥 투명하게 녹아내린

외롭디 외로운 여심女心일 거다

 

흙냄새 짙은 소박한 산 하나

목이 멘 목소리로 감싸 안고

고요히 눈을 뜬 영산홍 꽃잎 새로 오고 가는

저 발걸음 소리

저승의 뜰로 돌아갈 길마저 잃어버린

쓸쓸한 바람의 눈빛일 거다

 

이승에 남아 빈 들을 걸어가는

울컥한 시인의 잔잔한 오열嗚咽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