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시인묵객 2014. 4. 3. 19:30

동백꽃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정 해 종

 

 

우수 경칩 다 지나고

거리엔 꽃을 든 여인들 분주하고

살아 있는 것들 모두 살아 있으니

말을 걸어 달라고 종알대고

마음속으론 황사바람만 몰려오는데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나서

마침내 바람이 되고 싶다

 

바람이 되어도 거센 바람이 되어서

모래와 먼지들을 데리고 멀리 가서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나라

어느 하늘 한쪽을

자욱이 물들이고 싶다

 

일렁이고 싶다

 

 

-시집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북인, 2007’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