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사랑

시인묵객 2014. 2. 19. 19:30

 

 

 

 

사랑 / 장 만 영

 

 

서울 어느 뒷골목

번지 없는 주소엔들 어떠랴

조금만 방이나 하나 얻고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숨바꼭질 하던

어릴 적 그때와 같이

아무도 모르게

꼬옹꽁 숨어 산들 어떠랴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단 한 사람

찾아 주는 이 없는 들 어떠랴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달빛이

가난한 우리 들창을 비쳐 줄게다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깊은 산 바위틈

둥지 속에 산비둘기처럼

나는 너를 믿고

너는 나를 의지하며

순아 우리 단둘이 살자.

 

(·시인, 1914-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