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구름같이

시인묵객 2014. 1. 27. 19:30

 

 

 

 

구름같이 / 노천명

 

 

큰 바다의 한 방울 물만도 못한

내 영혼의 지극히 작음을 깨닫고

모래 언덕에서 하염없이

갈매기처럼 오래오래 울어보았소.

 

어느 날 아침이슬에 젖은

푸른 밤을 거니는 내 존재가

하도 귀한 것 같아 들국화 꺾어들고

아름다운 아침을 종다리처럼 노래하였소.

 

허나 쓴웃음 치는 마음

삶과 죽음 이 세상 모든 것이

길이 못 풀 수수께끼이니

내 인생의 비밀인들 어이 아오.

 

바닷가에서 눈물짓고

이슬언덕에서 노래불렀소.

그러나 뜻 모를 인생

구름같이 왔다 가나보오

 

(·시인, 1912-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