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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

시인묵객 2014. 1. 15. 19:30

 

 

 

 

 

 

바람의 집 / 기 형 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의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 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 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 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