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대에게

시인묵객 2008. 11. 30. 15:56

 

 

 

 

 

그대에게   /   이 외 수


 

 

 

그리운 이름 하나 있어
어둠의 끝자락 부여잡고
약속하지 않은 기다림에
가슴은 진 다홍 핏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마음으로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으니
그것은 그리움입니다.

 

눈을 감고
그릴 수 있는 얼굴이 있어
그것은 사랑입니다.

 

그리움이 깊어 가면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깊어 가면
이별이 시작되려니...

 

그대에게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하고
그대의 편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영원히 행복 할 것 같은데...

 

때론 가슴이 아프도록
공허해 오는 건
그대에 대한 내 그리움이
너무 짙은 까닭일까요?

 

부질없는 망상이라고
내 스스로 채찍질 해보지만
해바라기처럼
그대에게로 향하는
내 마음 묶어 둘 수가 없습니다.

 

술 한잔에
많이 취해버린 내 사랑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차가운 바람을 안고서
싸늘히 식어간 거리를
홀로 서 있는 전화박스 앞에서
차마 그대에게 전화하지 못하고
한참동안 서성이다가
되돌아서는 길...

 

차가운 바람 때문일까
아님 창백한 달빛 때문일까
두 눈이 젖어 오는 까닭이...

 

기약 없는
먼 해후를 위해
늘 당신의 자리를
내 가슴에 비워 두렵니다.

 

설령
기다림만 쌓이고 쌓여
그대의 기억 아련히 멀어진다 해도
처음과 같은 설레임으로 기다리지요.

 

때로는
내 가슴의 빈자리가
너무 외롭고 공허해
다른 무언가로 채우고도 싶었지만
그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고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 
삶이 힘들고 지칠 때
그 멍에를 잠시 내려놓고
내 가슴의 빈자리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세요.

 

그대가 잠시 머물다간
그 자리는 언제나
그댈 위한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