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풀꽃으로 흔들릴지라도

시인묵객 2013. 11. 3. 19:30

 

 

 

풀꽃으로 우리 흔들릴지라도 / 김 현 숙

 

 

우리가 오늘 비탈에 서서

바로 가누기 힘들지라도

햇빛과 바람 이 세상맛을

온몸에 듬뿍 묻히고 살기는

저 거목과 마찬가지 아니랴

 

우리가 오늘 비탈에 서서

낮은 몸끼리 어울릴지라도

기쁨과 슬픔 이 세상 이치를

온 가슴에 골고루 적시며 살기는

저 우뚝한 산과도 무엇이 다르랴

 

이 우주에 한 점

지워질 듯 지워질 듯

 

(·시인,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