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엄마의 등/ 한상순

시인묵객 2017. 10. 10. 08:00

 

 

 

 

 

엄마의 등 / 한 상 순

 

 

새벽 네 시 반이면 문을 여는

김밥 가게

가게 주인은 우리 엄마

엄마는 등에 혹이 달린 곱추랍니다.

 

다 일어서도 내키만한 엄마

김밥 한 줄 꾹꾹 눌러 쌀 때마다

등에 멘 혹이 무거워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의 혹을 살짝 내려놓고 싶습니다

끝내 메고 있어야 할 엄마의 혹 속엔

더 자라지 못한 엄마의 키가

돌돌 말려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는 도르르 말린 엄마의 키를 꺼내

쭈욱 늘려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루만이라도

꼭 오늘 하루만이라도 곱추 등 쫘악 펴고

한잠 푹 주무시게 하고 싶습니다.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