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시인묵객 2013. 9. 20. 19:30

 

 

 

 

 

 

가 을 / 오 탁 번

 

 

감나무에서 감잎 뚝뚝 떨어지는 소리

아버지의 두루마기 소매 자락에 이는

기러기 날아오는 가을하늘 더 푸르다

 

텅 빈 들녘 송장메뚜기 한 마리

간 고등어 한 손 든 아버지의 흰 고무신코

살진 잡 짐승 여물 먹는 소리가 정겹다

 

버들치 헤엄치는 여울목에 빠진 가을 달

반짇고리에 놓여있는 은반지의 흰 입술

쥐 오줌 자국 난 벽에서 잠자는 씨 옥수수

 

어머니의 가을 옷섶 따스한 저녁연기

호랑나비인 양 가벼운 굴뚝새 한 마리

감잎 뚝뚝 떨어지는 가을이 마냥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