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7월의 노래/ 고은영
시인묵객
2013. 7. 2. 19:30
7월의 노래 / (宵火소화) 고 은 영
7월의 마당엔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꽃들이 웃고 나무들은 한껏 행복하다
빗물이 웅덩이 가득 고인다
서른 날과 또 하루의 짧은 사랑을 위하여
계절은 7월의 일기를 쓴다
천년을 흐르는 그리움들을 풀어내며
서정의 물감으로 단편의 행복한 일기를 쓴다
아침 창문을 열어 젖히면 매암이 길게 울고
새들은 높은음자리표로
시리도록 투명한 노래를 부른다
바람은 훨씬 어진 눈빛으로 초록의 잎새 마다
축복의 사인을 수도 없이 써내려가면서
빈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이제 저 완벽한 자유 안에
그대의 넓은 가슴에 단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안겨 쉼을 얻고 싶다
멀어지는 시간의 너울 속에서
찢어진 날개로 이 가난한 맥박은
7월의 푸른 숲에 한없이 나부껴도 좋으리
어쩌다 그대로 사무치면
가슴을 열어 그대 음성을 들으리
초라한 영혼의 등불을 켜고
그대의 환한 얼굴을 그리면
한없는 감동에 이를 것이라
허물 많은 인생살이
기다리는 일이 너무 길어 지쳐지면
그대의 그림자에 가슴을 묻고
펑펑 우는 외로움이어도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