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봄은 전쟁처럼

시인묵객 2013. 4. 23. 17:30

 

 

 

 

 

봄은 전쟁처럼 / 오 세 영

 

 

늦바람 무섭다더니.

겨우내 적멸로 돌아가리라,

 

일제히 한 잎마저 벗고

동안거에 들었던 나뭇가지들

입춘 지나, 우수지나 웅성 꿈틀거린다.

 

저, 저, 어느새 툭 불거진 눈방울

두릿 두릿한 산수유 좀 보게.

살 오른 목련 봉오리 봉긋한 털 가리개 좀 보게.

 

진달래 영산홍 아뜩한 입술부터 샐쭉.

적멸보궁이 눈앞이라도 못 참겠네 못 참아.

여든 살 삭정이도 무릎을 일으켜 세우다

우지끈! 큰일 났네.

 

산 너머 전쟁이 온다네.

울긋불긋 아롱다롱 아무도 안 죽고

무덤마저 살아나는 전쟁이 온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