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거짓 이별
시인묵객
2013. 3. 26. 19:30
거짓 이별 / 한 용 운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대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 인가요
한해 두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挑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灰色)이 되어 가는 두 귀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볕에 얼마나 더 바래서 백설(白雪)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가도 마음은 붉어갑니다
피는 식어가도 눈물은 더워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바다엔 물결이 뛰 놀아요
이른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日)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