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어둑해질 무렵

시인묵객 2013. 3. 27. 19:30

 

 

 

어둑해질 무렵 / 한 유 진

 

 

노을을 풀고 있는 산머리의 하늘

건너 편 진이는

그리움의 실타래를 풀어내었네.

 

어미로부터 물려받은 여인의 삶이란

곱게 물드는 노을을 엮는 거라고

살 속 그득한 삶을 잣는 거라고

 

그러고도

남는 올이 있으면

고운 호수를 풀어다

당신의 쓸쓸함을 바다로 흘려보낼

운하를 짜야한다고

 

밤이 품고 있는 온갖 소리

장막 같은 소음을 뚫고 나온 심장 뛰는 소리가

통-통- 달빛에 나를 싣고 있네

 

노을을 풀고 있는 산머리의 하늘 가만히

저 건너 진이도 기다림의 실타래를 풀어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