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외로움에 대하여

시인묵객 2013. 3. 25. 19:30

 

 

 

외로움에 대하여 / 고 재 종

 

 

들어봐, 저 처서절의 나뭇잎이

저렇게 서걱이는 소리,

풀잎들이 스치는 소리,

시방 달빛은 휘영청 하고

앞들의 수숫대는 마냥 일렁이는 소리

 

들어봐, 저 풀 섶의 씨르래기며

귀뚜라미 울어 끓는 소리에

동구 밖 느티나무의 잎 새들

바르르 떠는 소리,

그 옆 대숲 위에 부시럭 부시럭

참새 떼 뒤척이는 소리

외로운 이는 소리에 민감하나니

 

들어봐, 저기 저렇게

기차 오는 소리,

기적 소리를 뿜으며 달려와

기차는 또 저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져 가버리는 소리

 

그러면 그러면, 그때마다

그 기차 불빛 한 줄기에도 반짝반짝

온 목숨 꽃 사래 치다간

이제 무척은 야위어버린, 저 간이역

 

코스모스들의 목 늘어나는 소리,

역사 위로는 툭, 툭

오동잎 아득히 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