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절망이라는 씨앗

시인묵객 2013. 3. 9. 19:30

 

 

 

절망이라는 씨앗 / 김 종 제

 

 

산봉우리가 폭발하여

불흙에 손발이 묻히고

땅이 갈라져

얼음바위가 등허리를 덮치고

 

마침내 최후의 순간

그때 비로소 저 밑의 지하에서

한껏 부풀은 씨앗이 터지고

강철을 밀치며

희망은 한 뼘씩 올라오는 것이다

 

누군가

절망을 던져놓고

우리들을 시험하는 것이었으니

넋을 놓고 주저앉아 있거나

 

어둠 속으로 달아날 일이 아니므로

오랜 가뭄에 단비처럼 동참하라

흔쾌히 못에 박혀 피를 흘려라

 

지상에 닿은

비 한 방울에도

무덤에 적신 피 한 방울에도

화들짝 깨어나는 목숨이 있으니

 

그 모든 절망은

씨앗을 가득 담고 있는

우주를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