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생명

시인묵객 2012. 12. 30. 19:30

 

 

 

 

생명 / 김 남 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