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귀거래사

시인묵객 2012. 11. 24. 19:30

 

 

 

 

 

귀거래사 / 김 시 천

 

 

나 돌아가네

그저 한 점 바람이나 되려하네

솔바람 부는 숲에 새 소리나 되려하네

오두막 단칸방도 내 쓰기엔 모자람 없고

툇마루에 볕이나 잘 들면 그만

살구나무나 두어 그루 심어놓고

벗하며 지내려네

 

나 돌아 가네

모자라지도 않고 남지도 않고

꼭 그만큼만

제 그늘을 거느리고 사는

늙은 감나무처럼

붉은 열매 몇 개 걸어두고

떠이어 떠이어

대금 산조나 한 자락 불어보려네

 

나 돌아가네

맨발로 걷던 흙의 그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황사 바람 부는 언덕을 지나

기어이 나 돌아가네

사랑도 부질없고 미움도 부질없네

해 지면 잠들고 해 뜨면 일어나

거름 지게 짊어지고

밭이나 갈려하네

 

나 돌아가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아

그 어느 별 중에 내 별도 있으려니

그 어느 별 중에 그리운 이도 있으려니

돌아가 눈물 반짝이는

별이나 되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