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낙엽이 나에게 건네 준 말

시인묵객 2012. 11. 14. 19:30

 

 

 

 

낙엽이 나에게 건네 준 말 / 홍 수 희

 

 

어느 날

차창에 낙엽 한 잎

노란 몸짓으로 날아오더니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나에게 건네주는 말

 

생각해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뭐겠니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네

 

어느 익숙한 노랫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아니면......

머뭇거리는 나에게

낙엽이 가만히 속삭이는 말

 

생각해봐,

내가 무엇을 해주고 싶어도

받아 줄 사람이 거기 없을 때

가슴 저미는 일이야

 

두 손에 가득 선물을 들고

허공을 바라보는

그 일인 거야

 

바람만 불어왔다 불어가 버리는

혼자 남은 괴로움이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주어진 기회를 붙잡으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