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아직 가지 않는 길

시인묵객 2012. 11. 5. 19:30

 

 

 

 

 

아직 가지 않은 길 / 고 은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 동안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 동안의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뿐이었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었고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것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바람이 분다.

 

(·시인,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