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내게 하소서

시인묵객 2012. 10. 31. 19:30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 이 채

 

 

가을엔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게 하소서

하루의 아픔에 눈물짓고

이틀의 외로움에 가슴 쓰린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

그 가녀린 빛이 무관심의 벽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위로가 되게 하소서

 

가을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참아낸 긴 시간들이 알알이 익어갈 때

우리 살아가는 인법도 이와 같아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

가을엔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같은 비바람을 거치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나무를 떠나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을 위하여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누구를 위하여

건강을 잃고 신음하는 그 누구를 위하여

가을엔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기보다

지는 낙엽의 겸허함을 바라보게 하소서

욕망의 늪은 그 깊이를 모르고

욕심의 끝은 한이 없나니

하늘을,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