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편지

시인묵객 2012. 10. 19. 19:30

 

 

편지 / 박 금 숙

 

 

살구나무 가지에

달빛 한 줄 걸어놓고

그 옛날 수줍던 그에게

편지를 쓰네

 

그립다는 말

빙빙 돌려가며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꽃시계 한 다발 엮고 보니

 

개구쟁이 이름들만

줄줄이 모여들어

실개천에 멱을 감고

쑥 찧어 밥을 하네

 

신랑각시 짝 맞추던

그때가 좋았다며

작은 별 둘 나란히 내려와

쪽창에 걸터앉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