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바닷가에 사는 촌놈

시인묵객 2012. 10. 9. 19:30

 

 

 

 

바닷가에 사는 촌놈 / 전 소영

 

 

파도 소리 들리는 곳으로 대문을 열고 닫으며

바닷가에서 소금기 마시고 산다.

유리문에 기대어 서서 쳐다보는 허망한 바다

뱃고동 소리 물어 나르는 바다 새 기다리며 산다.

 

아무도 오지 않는 해안선 따라 걸으며

이따금씩 수평선 끝까지 잡아 당겨 보다가

탱탱한 고무줄처럼 놓치고 마는 어항의 아침이 오면

생선 냄새 한 짐 지고 일어나는 어촌 계 사람들

 

집집이 우편함에 배달된 태풍 소식으로

부둣가에 모여 앉아 꽁꽁 동여맨 로프를 점검하며

가두리 양식장 걱정 융자금 이자 걱정으로 한 순배 돌리자

태풍에 밀려오는 먹구름장보다 어두워지는 가슴

 

스치는 사람마다 비릿한 눈인사 하나 씩 나누어 갖으면

어느새 떠 오른 해보다 취기가 더 붉다

멍 자국 같은 바다를 원망하는 어촌계 사람들

파도 소리에 선 잠 깬 날은 바다가 보이지 않 듯

때때로 이자만 늘어나는 수협통장처럼 낯선 바다를 만난다

 

아예 조업 면허 반납하고 떠나 간 김 선장이 부럽다.

알싸한 바람이 갯펄을 밀고 가면

찬 기운 도는 가슴에 불붙은 갈탄 덩어리 던져 넣고

또 한 잔 비우면 싸한 가슴 훑어 내리는 취기

바다를 원망하면서

바닷가에서 사는 촌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