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서러운 사랑 이야기

시인묵객 2012. 8. 10. 19:30

 

 

 

 

 

서러운 사랑 이야기 / 고 재 종

 

 

저 밤나무의 밤송이들이

왜 가시 옷으로 무장을 하고

왜 종 주먹질을 해대는지 아시는지요.

 

나는 기억하는데요.

모내기 끝난 지난 유월

모내기 끝낸 여남은 사람들

해설피 정자에 앉아

남은 막걸리마저 기울이다간

앞산 보고 넋을 잃었는데요.

 

그 앞산엔 젖살 빛 밤꽃 무더리

뭉실뭉실, 수만 구름 떼 밀어 올리며

물큰물큰, 숫 컷 내 마냥 풍겨댔는데요

 

그 꽃 보다 넋을 잃다 다 가고

샛터 집 과수댁만 뿌리치고 남아

워매, 저 징헌 놈의 꽃 좀 보소

워매, 이 징헌 놈의 냄새 좀 보소

꽃 멀미 한 태산 일으켰는데요.

 

혹여 그 일 때문에

혹여 그 환장할 일 때문에

저 밤나무의 밤송이들

저렇게 가시 옷에다

종 주먹질을 해대는 건 아닐런지요.

 

그렇다면, 정녕 그렇다면

저 밤나무의 밤송이를 까주어선

그 속의 알알들 쏟게 할 수 있는 건

바람 같은 세월일까요

미륵불 같은 침묵의 기다림일까요.

아, 남에게는 넘치는데

나에겐 바짝 마른 사랑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