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여름 비

시인묵객 2012. 7. 29. 19:30

 

 

 

 

 

 

 

 

여름 비 / 조 재 영

 

 

 

서두르지 마 서두르지 마 제비들은

낮게 날면서 부딪쳐 서로 이마 찧지마

하늘이 힘껏 움켜쥐었다 놓아버린

어느 한 순간

구름의 말들 와르르 쏟아져 나오네

 

 

잡목림 수풀 사이 텅텅 발구르며

뛰어내리는 함성들

더러 영탄조가 되어 울고 웃던 말들

나무 잎사귀 흔들면서

제 생이 휘청이는 것을 보네

 

 

오지 마 오지 마

치자나무 꽃 지고 꽂 망울도 지고

입술도 향기도 지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여다보았던

젊은 날의 성긴 길들도 지워지고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한 낮 장대비

그렇게 깊게 내려서지마

파헤쳐 상처내지 마

그때 왜 우린 그런 무모한 말을 했을까

 

 

이제 말들은 지쳐 숨을 몰아쉬네

언제 다 쏟아버릴지 알 수 없는 하늘 보며

물 그림을 그리네, 말을 잃은 채

물로 된 빈집에 눕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