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리움 속으로

시인묵객 2012. 6. 10. 19:30

 

 

 

 

그리움 속으로 / 문 정 희

 

 

저 산맥들은

무슨 커다란 그리움 있어

이렇듯 푸르름을 사방에다 풀어 놓았을까

 

바람 속에 쑥부쟁이 냄새 나는

그리운 고향에 가서

오늘은 토란잎처럼 싱신한 호미를 들고

진종일 흙을 파고 싶다

 

힘줄 서린 두 다리로 땅을 밟으며

착하고 따스한 눈매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겨드랑이에 정직한 땀냄새가 풍겨

수줍음 타는 처녀가 되고 싶다

 

그 처녀를 사랑하는

말 못 하는 그대를 만난다면

반가움에 떨며 속으로 조금 울먹이리라

아, 바람이 푸르른 공후를 켜는 날

나는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리고

솔 향내 나는 그리움 속으로 떠나고 싶다

 

오랜만에 옥양목 저고리 풀먹여 입고

그리운 얼굴들을 만난다면

내 신발은 얼마나 가벼울까

 

오늘은 빠르고 번쩍이는 것들 죄다 치워 놓고

온갖 슬픔을 접어 두고

푸르른 그리움 속으로 떠나고 싶다

두고 온 고향의 옷깃을 부여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