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어머니
시인묵객
2012. 5. 10. 19:30
아버지 / 이 원 수
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 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속, 품속에 넣고 계셨지.
이젠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만 계시네.
어쩌다 찾아오면
잔디 풀, 도라지꽃
주름진 얼굴인 양, 웃는 눈인 양
“너 왔구나?” 하시는 듯
아! 아버지는 정다운 무덤으로
산에만 계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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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김 윤 호
빈 나무 가지마다
눈꽃이 피어날 때
머리에 수건 쓴 어머니가 보인다
싸리문을 조금 열고 마당을 지나
흰 발자국을 따라가면
내 유년의 검정고무신이
아직도 당신의 품안에 놓여있다
그 날 나는 연을 띄웠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내 시선의 끝을
언제나 같이 잡아주시던 어머니
한잔 소주에 비틀거리는
타향의 꿈속에
오늘은 나를 업은 연이 되어
굽어보시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