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시인묵객
2012. 4. 26. 19:30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김 선 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어여쁜 풀 여치 있어 풀 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잘디잔 보랏빛 총총한 꽃 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 사슴이 마시고 숨결 흘려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낮별 뜨며 놀았습니다
새 뿔 곱게 올린 사향노루 너무 예뻐서
슬퍼진 내가 비파를 탔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잡아주고 싶은 새들의 가녀린 발목 종종거리며 뛰고
하늬바람을 채집하며 날갯짓하는 나비 떼 외로워서
멍석을 펴고 함께 놀았습니다.
껍질을 벗는
자작나무 진물 환한 상처가 뜨거워서
함께 가락을 놀았습니다.
회화나무 명자나무와 놀고
해당화 패랭이꽃 도라지 작약과 놀고
꽃아 그 배나무 아래 낮달과 놀았습니다.
달과 꽃을 숨구멍에서 흘러나온 빛 어여뻐
아주 잊듯이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대 잃은 지 오래인
그대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만나 논 것들 모두 그대였습니다.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그대여, 나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