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대 봄인가요
시인묵객
2012. 4. 3. 19:30
그대는 봄 인가요 / 오 광 수
그대!
봄인가요?
그대는 갈 곳 없는 낙엽들을 보듬어서
연녹색 옷으로 지어 입히며
하늘 사랑을 가르치는 남풍입니다.
그대는 파란 하늘을 떠다니며
종다리를 불러내어
보리 밭 이랑 사이사이에서
사랑을 속삭이게 하는 아지랑이입니다.
노란 개나리가 숨어 있질 못하고
삐죽 삐죽 길거리에 나옴은
그대의 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며
돌 틈에 쭈그리고 있던 개울물이
소리치며 흐르는 것도
그대의 노래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하얗게 눈 덮인 곳에서는 가끔 찬바람이 매섭고
응달은 잡은 손을 놓지 않습니다.
마음이 조급한 아이에게
기다림을 가르치는 그대는
조용히 조용히 걸어오는 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