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대숲에 서면

시인묵객 2012. 2. 23. 19:30

 

 

 

대숲에 서면  /  정 지 원

 

 

사는 일이

꿈을 찢기고 지우는 길이었다면

서슴없이 겨울 대숲으로 오라

 

시퍼런 댓잎 사이로

불어오는 짱짱한 칼바람이

꽛꽛하게 언 몸뚱이를 후려치거든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라

연하고 부드럽게 올라오는 희망으로

제 속의 더러운 욕망을 모두 비워야

단단한 정신으로 울울창창 하늘을 찌르리니

 

굽고 뒤틀린 삶이 맨 처음

푸르게 꿈꾸며 찾던 길이 아니었다면

그대, 폭설이 세상을 뒤덮는 날

주저 말고 대숲으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