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침묵을 버리다

시인묵객 2012. 2. 18. 19:30

 

 

 

 

침묵을 버리다 / 강 미 정

 

 

난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가 좋더라

욕설 같은 바람이 얇은 옷을 벗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앞쪽은 젖은 옷처럼 찰싹 붙고 그 뒤쪽은 불룩하게 헐렁한,

마음이 바람의 날을 벼리고 있잖아

절규하며 날뛰는 힘을 견디며 파랗고 날 샌 노래를 부르잖아

 

봐, 깊게 사랑했던 마음이 들끓을 때

당신은 울음소리에 몰두할 수 있지

당신이기에 어느 한 가슴이 가장 먼저 울 수도 있지

 

내가 알았던 세상의 모든 길을 지우고

다시 당신이라고 불렀던 사람이여,

저기 망망대해를 펼쳐두고 출렁임을 그치지 않는

당신의 침묵이 폭풍우가 되는 바다가 참 좋더라

폭풍우에 스민 울음소리가 들리잖아

 

나를 부르는 웃음소리가 들리잖아

마음이 바람의 날을 세워 밀며 밀리며 견디는

저 애증의 극단 중간에 침묵을 두고

세상이 되고 길이 되었던 당신이 가슴으로 와서

폭풍이 될 때 나는 휘몰아치는 바다가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