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저녁 숲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

시인묵객 2011. 12. 22. 19:30

 

 

 

 

저녁 숲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  /  유 현 숙

 

 

 

어두워지는 저녁숲에 남은 햇빛이 비치는 것에 대하여,

그 빛 아래서 은사시 나뭇잎들 반짝이며 제 몸을 뒤집는 것에 대하여

혼자 듣는 시냇물 소리에 대하여, 그 물소리 어떻게 저무는가에 대하여

 

시냇물 소리, 내 몸 구석구석이 다 저문 뒤까지 흘러

서늘한 저녁물빛이 되는 모양이라든가 그런 슬픔이라든가

슬픔보다 더 길게 개망초 꽃들이 자라고 있는 것,

 

그 개망초 꽃들 하얗게 흔들리는 난동에 대하여

간간이 들리는 지빠귀 울음소리의 아득한 고적감이나

여뀌 풀 더미에 얹히는 여뀌 꽃 색깔이며,

 

그 여뀌 꽃의 그늘 빛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어두워지는 저녁 숲에서 내가 혼자 저물고,

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이 어떻게 긴 기도인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