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식물성 사랑

시인묵객 2011. 12. 20. 19:30

 

 

 

식물성 사랑 / 이 성 선

 

 

 

나무는

가까이 서 있는 두 나무는

서로에게 팔을 뻗어도

껴안지 않습니다.

 

닿을 듯 가까이

알맞은 거리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기뻐할 뿐

팔을 뻗어 힘껏 잡지는 않습니다.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

땅에 그림자 나란히 드리우고

하늘 아래 걸어갑니다.

 

그대 가슴으로 팔을 깊이 뻗는다는 것은

그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

그대를 두 팔로 껴안는다는 것은

그대를 품속에 두고 태양빛을 가리는 일.

 

땅 속으로 깊이 은밀히

영혼의 뿌리를 얽고

강물처럼 속삭이며 흘러 별까지

 

서로를 마음으로만 가지는 나무

서로를 눈으로만 가지는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