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1월을 보내며

시인묵객 2011. 11. 30. 19:30

 

 

 

11월을 보내며    / 유 한 나

 

 

 

하늘엔 내 마음 닮은

구름 한 점 없이 말짱하게

금화 한 닢 같은

11월이 가는 구나

 

겨울을 위하여

서둘러 성전에

영혼을 떨구는 사람도

한 잔의 깡 소주를

홀로 들이키며

아찔하게 세상을

버티는 사람도

가을과 겨울의

인터체인지 같은

11월의 마지막

계단을 밟는 구나

 

뜰 앞 감나무엔

잊지 못한 사랑인 양

만나지 못한 그리움인 양

아쉬운 듯 애달픈 듯

붉은 감 두 개

까치도 그냥

쳐다보고만 가는...

그래 가는 것이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추운 겨울바람 찬 벌판

쌓인 눈 속이라도

살아있으니 가는 것이다

 

희망이란 살아있는 것일 뿐이라 해도

사랑이란 더욱 외롭게 할 뿐이라 해도

착한 아이처럼 순순히

계절 따라 갈 일이다

사람의 길

사랑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