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손바닥으로 읽다
시인묵객
2011. 9. 8. 19:02
손바닥으로 읽다 / 허 영 숙
너른 잎 참 가시나무의 큰 잎들이 마침,
숲을 지나가는 바람에 넘실댄다
얼마나 날 흔들어 놓을 것인지
당신은 얼마나 흔들려 줄 것인지
바람과 나무가 서로의 손을 잡고 흔들며 살핀다
안녕이란 말보다
더 많은 표정을 가진 것이 악수여서
누군가를 만나면 손부터 내밀고 싶어진다
손으로 전해지는 온도의 눈금을 읽으면 그가
흔들어 놓고 갈 곳이 뿌리인지 가지인지를 안다
건성건성 스쳐가는 바람은 금방 잊었으나
나를 꼭 쥐었다 놓고 간 바람은 오래도록 따스한 질감으로 그리웠다
악수란 서로의 가슴에 손을 넣어 보는 것
손바닥의 오랜 무늬를 또 다른 무늬로 읽어보는 것
손바닥과 손바닥을 맞대는 순간
요약된 그의 생을 건네받는 것인데
차갑거나 물기 많은 모퉁이가 읽어지면
더 힘껏 움켜쥐고 싶어 진다
하루의 무늬가 캄캄하게 닫히는 저물녘
악수로 만났던 사람들이 악수를 풀며 헤어진다
아프게 헤어지는 사람들은 끝내 악수를 청하지 못하고
종일 움켜쥐었던 하루가 아귀의 힘을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