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시인묵객 2011. 9. 5. 19:35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 이해인

 

 

 

눈을 감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고운 빛 영그는 풀잎의 애무로

신음하는 숲의 향연은

 

비참한 절규로

수액이 얼어

나뭇잎이 제 등을 할퀴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채

태양이 두려워

마른 나뭇가지 붙들고 메말라 갑니다

 

하루종일

노닐 던 새들도

둥지로 되돌아갈 때는

안부를 궁금해 하는데

 

가슴에 품고 있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날 있겠습니까

 

삶의 숨결이

그대 목소리로 젖어 올 때면

목덜미 여미고

 

지나가는 바람의 뒷모습으로도

비를 맞으며

나 그대 사랑할 수 있음이니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