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땡볕

시인묵객 2011. 7. 20. 20:39

 

 

 

 

 

 

땡 볕 / 손광세·, 1945-

 

 

 

7월이 오면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행려승의 밀짚모자에

살짝 앉아 쉬는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웃옷을 벗어 던진 채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오토바이 세워 놓고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교통 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7월이 오면

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

쏟아지는 땡볕 아래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