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시인묵객 2011. 7. 14. 20:36

 

 

 

 

 

 

 

 

 

 

 

 

어머니, 나의 어머니 / 고정희·시인, 1948-1991

 

 

 

 

 

 

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직이 불러본다 어머니

 

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

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

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

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다 어머니

 

아카시아 꽃잎 같은 어머니

이승의 마지막 깃발인 어머니

종말처럼 개벽처럼 손잡는 어머니

 

 

천지에 가득 달빛 흔들릴 때

황토 벌판 향해 불러본다 어머니

 

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

만고 만건곤 강물인 어머니

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