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티나무
시인묵객
2011. 6. 18. 15:25
느티나무 / 양 현 근
풍경들, 푸르게 푸르게
물들도록
당신을 사랑하고 싶은 탓이다
별 되지 못한 생각들
우렁우렁 일어나서
겹겹의 기억으로 뿌리내리면
손바닥 만 한 그리움
안마당 가득 울울창창하도록 널어놓고
날 저물도록 당신을 기다리고 싶은 탓이다
바람 깊은 날이면
외로운 잎사귀마다
세상의 소란을 몇 장씩 매달아 놓고
헐떡거리는 햇살들
잠시 쉬었다 가게하고 싶은 탓이다
그렇게 한 세상
야무지게 흔들리고 싶은 탓이다
몸속을 배회하는
푸른 울음소리를 벗 삼아
차라리 슬프도록 무성해지고 싶은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