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산문에 기대어

시인묵객 2011. 6. 16. 13:06

 

 

 

 

 

 

 

 

 

산 문 에 기 대 어    /   송 수 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매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뛰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