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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시인묵객 2008. 5. 18. 12:46


 

 

 

 

부 부

 

 

 

 

아무튼 세상에 이혼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을까요?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살 것 같던 날들이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도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잘살아 보이는 다른 부부들을 보면서 때론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이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 놓았는지~~

 

서로 자기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랑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몸은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랑 살 거냐' 고 물어 보면
열 번이면 열 번, 백 번이면 백 번 다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을 짓게 됩니다.

 

어느 날 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 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일 것입니다.

 

가난해도 저 사람 옆에 있게 해 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 배필만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상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는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부부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가
살며시 다가가 말하고 싶은 것~~

그래도 당신 밖에 없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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