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낙서

시인묵객 2011. 3. 15. 19:42


 

 

 

 

 

 

 

 

낙 서  /  유 안 진

 

 

 

바람 부는 거리로 뛰쳐나가서

흔들리며 헝클리며 때 묻히고 싶다

 

꽃이 지는 가지 아래 붉게 죽어서

떨어진 꽃의 자취가 되고 싶다

 

고백성사보다 더 성스러운 고백을 편지 쓰며

편지 한 장에다 생애를 맡길 만치

순수해지고 싶다

 

어리석어지고 싶다

인생이란 그것을 모르면서 울어 온 세월

알게 모르게 누려온 축복과 굴욕에

눈물겹게 고마운 불행에

 

초라한 보답으로 쓰는 글줄도

나의 시대 모든 걸 통째로 부정하는

천장도 바닥도 없는 오만인 줄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