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시인묵객 2011. 3. 13. 19:01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 구 재 기

 

 

 

 

 

 

지난밤의 긴 어둠

비바람 심히 몰아치면서, 나무는

제 몸을 마구 흔들며 높이 소리하더니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더 푸르다

 

감당하지 못할 이파리들을 털어 버린 까닭이다

맑은 날 과분한 이파리를 매달고는

참회는 어둠 속에서 가능한 것

분에 넘치는 이파리를 떨어뜨렸다

 

제 몸의 무게만큼 감당하기 위해서

가끔은 저렇게 남모르게 흔들어 대는 나무

나도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어둠을 틈 타 참회의 눈을 하고

부끄러움처럼 비어있는 천정(天頂)을 바라보며

내게 주어진 무게만을 감당하고 싶다

 

홀가분하게 아침 햇살에 눈부시고 싶다

대둔산 구름다리를 건너며

흔들리며 웃는 게 눈부실 수 있다

가끔씩 온몸을 흔들리며

무게로 채워진 바위

그 무게를 버려가며 사는 게 삶이다

 

지난날들의 모자가 아직 씌워져 남아 있는

푸념의 확인, 구름다리 밑의 아찔한 거리로

가끔은 징검징검 흔들리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