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당신

시인묵객 2011. 3. 9. 18:45


 

 

 

 

 

 

 

당 신  /  김 용 택

 

 

 

 

 

 

마음이 가면

봄갈이 해 논 밭 흙같이

보드랍고 따스한 몸이 오는 그대

 

그대 사랑은 한없이 크고

끝도 갓도 없이 넓어서

내가 그대 앞에 서서

 

이 만큼 이 만큼

이, 이, 이만큼 보다 더 크게

내 아무리 두 팔이 찢어지게

다 벌려

저 하늘

이 땅만큼

그대 사랑한다 해도

 

그대는

내가 사는

저 하늘 이 땅 같아

 

나는 그대 사랑 안에 있고

그대 사랑은

내 손 내 맘 안 닿는 데까지

피어나는 꽃처럼

일어서는 봄산처럼

세상을 환하게 열어줍니다

 

가난하고 쓸쓸했던 내 세상

봄이 오는 들길을 따라

불쌍한 우리 보리피리 불며

산 설고 물 설은 산중 땅

찾아온 그대

 

내가 저문 산처럼 배고파 누우면

그대는 내 곁에

저문 강으로 따라 누워

당신의 피와 살을 주어 채워 적시고

 

내가 새벽 산처럼 어둡게 서 있으면

그대는 훤한 앞산으로

해 받아 일어서서

내 이마에 이마를 대어

산문을 열어줍니다

 

사랑하는 당신

아직은 그대 앞에 두 손 다 편히 내려놓고

그대 바라볼 수 없이

흔들리는 우리 땅

우리들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