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들풀 옆에서

시인묵객 2011. 2. 20. 15:22


 

 

 

 

 

 

들풀 옆에서  / 박 재 삼

 

 

 

이름 없는 들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별 경치도 볼 것 없는

그곳으로 나가

나는 풀빛 울음을 혼자 울거야

 

환한 저승 같은 꽃빛깔 앞에

차라리 눈이 부시어

어질어질 눈을 뜨지 못하면

하는 수 없지

 

나를 안심하고

눕게 하는 것

포근한 그 들풀 옆에서나

나는 멍청한

내 눈물 속 하늘을 가질 거야

 

그리고 꽃이여

진실로 아름다운 꽃이여

나는 너를 미워하지도 못할거야

 

 

 

'들풀 옆에서'(193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