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갈대숲에서 쉬고 있는 바람에게

시인묵객 2011. 1. 11. 18:31


 

 

 

 

 

 

 

갈대숲에서 쉬고 있는 바람에게   /   오 광 수

 

 

 

 

 

자네 울고 있는가?

살아온 세월이 꼭 꿈만 같은 건

자네나 나나 똑같은 마음.

 

어렴풋이 자네 우는 소리가 들리는듯하여

물소리 숨 재우고

달빛 내려와 만든 물결에 나도 시름 얹어보네

 

산다는 게 어찌 보면 한 시절 바람 같은 것

좋은 시절도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도

세월이 만드는 바람 따라 그렇게 지나가고

 

남은 건 약해진 몸뚱이에 굵은 주름 흰 머리칼

생각하면 서글프지? 그럼

그러나 조금만 울게

 

꽃 피워 벌 올 때는 지났지만

깨물고 싶은 귀염들이 조롱조롱 웃으며 달려오면

휘- 내 한숨 한번 뽑아 내던지고

 

이젠 지겨운 보릿고개 이야기보다는

어깨 들썩이며 손 휘젓고 랩으로 맞이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