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1 월
시인묵객
2010. 12. 7. 15:47
11월 / 고 혜 경
달빛에 홀로 선 나목
투명한 새벽에 젖어
멀어지는 가을의 마지막 얼굴 되어
빛보다 더 시리게 떠나간다
사라져 흙이 되는 것마다 의미는 남아
이슬이 채 밟히지 못한 시간 앞에
때를 따라 아름답게 서성이는
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마른 잎
천 년을 두고도 남을
사랑보다 더 깊은 의미의 진실이구나
햇살로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새 소리 만으로 눈물겹고 감격할 수 있는
겨울의 싸늘함 속에
지는 나이를 끌어안기 시작한
11월에 자족할 수 있는
초록 잎 무성한 봄의 향기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