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동행
시인묵객
2010. 9. 28. 11:25
동 행 / 고 정 희
스산한 불빛들로 가득한
가리봉동의 밤거리를 걸으며
동행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음산한 어둠으로 가득한
구로동의 골목길을 더듬으며
저무는 우리 삶 어깨동무해 주는
동행의 기쁜 날 생각했습니다
가리봉동에 엎드려 웃는 여자들이
지폐를 헤아리는 남자들의 발 아래서
여름날 수풀처럼 무성했다가
가을날 단풍처럼 무르익었다가
겨울날 눈발처럼 휘날렸다가
진구렁 가랑잎 되어 뒹구는 길 돌아오며
동행하는 무서움 생각했습니다
유방에 불을 켠 여자들이
동해안처럼 줄선 남자들의 발 아래서
실크로드의 황혼이 되었다가
허구한 날 강태공의 월척이 되었다가
홍등가 이무기의 횟감이 되었다가
더는 내려갈 수 없는 곳, 거문도
거문도로 내려가는 길 돌아오며
동행하는 분노를 생각했습니다
오 거문도 해안에서 우는 여자들이
한반도의 썩은 물로 철썩이다가
한반도의 쓰레기로 솟구치다가
그러나, 그러나
세상의 더러움 다 걸러내고
푸른 해일 일으키며 달려오는 곳에서
깊은 바다 이끌며 돌아오는 포구에서
동행의 벅찬 힘 생각했습니다
동행의 소중함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