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아무도 모른다
시인묵객
2010. 9. 4. 18:25
아무도 모른다 / 김 사 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수국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 누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배고픔 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내는 어디로 갔을까
시름 많던 나의 옛 젊은 어머니는 나의 형님들은,
그 딴딴한 장딴지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나의 옛 비석치기와 구슬치기는,
등줄기를 내려치던 빗자루는,
나의 옛 아버지의 힘센 팔뚝은,
고소해하던 옆집 가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무덤들은,
흰머리 할미꽃과 사금파리 살림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봄날 저녁은 어디로 갔을까
키 큰 미루나무 아래 강아지풀들은, 낮은 굴뚝과 노곤하던 저녁연기는
나의 옛 캄캄한 기침소리와 캄캄한 고리짝은, 다 어디로 흩어졌을까
나의 옛 나는 어디로 갔을까,
고무신 밖으로 발등이 새카맣던 어린 나는 어느 거리를 떠돌다 흩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