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묵객
2010. 6. 1. 14:45

모춘일기(暮春日記) / 이 외 수
사나흘 범람하는 황사바람
봄날은 저물어 이승 길도 깊어라
아무리 하찮은 풀꽃이라도
그리움 한 모금은 간직되어 있나니
한나절 독약 같은 사랑으로 각혈하면서
복사꽃 속절없이 지는 구나
초저녁 산자락에 고여 드는 어스름
거기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으로
눈시울 적시며 돋아나는 불빛이여
못 다한 말들은 못 다한 말들끼리
소리 죽여 흐르는 강물 가득히
물비늘로 뒤척이다 스러지는데
보아라 수양버들 머리 풀고 바다로 간다
전생에도 연두 빛 물오르는 그리움
몸살 나는 이름으로 흔들리면서